“이미 대답을 했는데 왜 또 만나자는 겁니까?”던컨 교육부장관과의 면담이나 서한 전달을 자꾸 요청하니까 어느 날인가 도날드 유라는 이름의 중국계 교육부장관 상임보좌관이 피터 김 회장을 만났다. 자꾸 귀찮게 하니 만나주기는 했는데 소용없다는 투였다. 이미 대답을 했다는 뜻은 지난번에 국무부를 통해 미국의 입장을 천명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동해병기 근거 주장할 자료 수집 나서”
미 교육부 관계자들 만나 설득 작업
‘미주한인의목소리’결성 캠페인 시작
그런다고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백악관 청원자는 나다. 지금 엉뚱한 답을 받고 나서 많은 서명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국무부의 발표를 듣자는 게 아니라 자녀들에게 잘못 가르쳐지고 있는 내용을 교육부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묻는 거다. 난 미군에서 8년을 복무한 시민으로서 아이 교육 문제에 대해 당당히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일본해라는 이름의 바다는 한국에서 동해로 가르쳐지기도 한다는 현실을 왜 미 교과서가 무시하는가? 이 문제를 시정해달라는 거다.”
한참을 듣고 있던 도날드 유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더니 “맞는 말인 것 같다”는 답이 나왔다. 공립학교 교육 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할 것을 엉뚱한 곳에서 처리하려 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갑자기 그의 태도가 바뀌었다.
“미스터 김, 우리가 도와주겠다. 대신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의 만남도 비공개로 하고, 기자에게 연락하는 일은 더더욱 말았으면 한다.”
그러나 도날드 유는 겉으로는 한인들의 주장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미심쩍은 행동을 계속 했다. 문제만 일으키지 않고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역력했다.
“서명자가 10만명을 넘었다. 이들이 궁금해 하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내가 개인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일이다. 공개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이 오히려 약간 협박하는 투로 강경하게 나갔다.
하지만 돌아간 그는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But, I can’t.”만 연발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자꾸 졸라대니까 초등/중등 과정 교육 책임자였던 데브라 대슬리 교육부 차관보에게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그해 11월6일 열리는 선거를 핑계 대며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포기하지 않고 “교육부장관에게 보낼 서한 초안이 준비됐다. 선거 전까지 답을 달라”고 채근했다. 9월 중순경이었다.
결국 답장은 선거가 끝난 뒤인 11월8일에 왔다. “도와주고는 싶은데 이 문제는 연방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니 지역 정부나 교육 관계자, 교과서 출판사를 찾아가 보라”는 내용이었다. 이것 또한 맥 빠지는 소리였지만 어쨌든 교육부장관의 수준에서 반응을 보였으니 그나마 이슈가 격상돼 다행이라 생각했다.
마침 그해 가을 김 회장이 발견한 또 한 가지의 사실이 있었다.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나라가 동해병기를 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한 것이었다. 한국정부는 1992년부터 동해병기 캠페인을 꾸준히 펼치고 있었고 그 열매가 하나 둘씩 맺히고 있었다.
‘아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약 3주간에 걸쳐 세계 지도 관련 학술단체 등의 홈페이지를 뒤지며 동해병기의 근거를 주장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때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연방교육부의 조언에 따라 우선 버니지아, 메릴랜드 지역 교육기관들을 공략한 뒤 2017년에는 국제수로기구가 동해병기를 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운 장기 플랜이었다.
<이병한 기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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